우리는 잊지 않는다.
우리는 지나치지 않는다.
우리는 기록할 것이다.
우리는 만들어 낼 것이다.
스스로의 창작에 박아넣은 쇠말뚝으로 변하지 않는 창조의 원칙을 세우겠다.
1. 이야기에 책임을 진다.
남자가 자신의 말에 천금의 무게를 얹어두듯 나의 이야기에 책임을 진다. 시작한 이야기는
끝내고, 끝낼 이야기엔 정성을 다한다. 하나 하나 전장의 패잔병들을 처리하듯, 늦더라도
모든 이야기엔 종지부를 찍는다.
2. 이야기를 멋대로 즐기지 않는다.
이야기를 끊임없이 구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혼자 즐겨선 안된다. 혼자서만 즐기는
글은 자칫 묘사의 부재, 설명의 부재, 심지어 이야기 자체의 단락을 가져올 수 있다.
자신의 안에서 자신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 버리면 이야기를 전달하기 쉬워질 것 같지만
수많은 경우 그 반대다. 독자는 나의 이해보다 아래에 있는 존재다. 그들은 이 세계의
창조주가 아니라 방문자이기 때문이다.
나 혼자 머릿속으로만 끝낼 글이 아니라면 이야기를 혼자 멋대로 즐기지 않는다.
음식을 준비하면서 맛 보느라 모든 재료를 먹어치우는 것과 같다.
3. 설정을 즐기지 마라.
2와 같다. 설정 만 가지고 뻗대는 것은 자기 만족으로 끝나버릴 위험이 너무나도 크다.
경계하라. 그대는 세계의 창조주이지만, 그대의 글을 읽는 모든 존재는 그 세계에서
그대만큼이나 큰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몰이해"를 만들어 내는 것은 바로 설정이다.
설정과 자기 머릿속에 이야기를 돌려 즐길 시간이 있다면....
기록해라.
인간은 어리석고 자만하기 쉽다. 그것은 창조주인 당신도 마찬가지.
차라리 머릿 속에서 공상만으로 이야기를 끝내버릴 시간에 기록하라.
그것이 곧 글이 될 것이다.
4. 식어버리지 말것.
2와 3의 연장선에 있는 이야기. 사실 사람들이 글을 쓰는 도중 열기가 식어버리는 일은
부지기수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러한가.
자신이 글로 풀어내기 전에 혼자 다 즐겨버리면 그것은 자위와도 같다.
자위를 하는 동안에야 자신의 손가락조차 사랑스러운 것일 테지만 거기서 행복감이
끝나버리면 허무해지고 꼴보기도 싫어진다.
글은 -창조는 그러한 쾌락과도 같다.
문제는 창조가 결과물이고, 사실 거기까지 가는 상상
곧 몰입이 쾌락을 동반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릴 자위를 하지말고, 확실히 결과물을 남기도록 하려면 우리는 상상에서
만족하지 말고, 반드시 그것을 행동이라는 결과에 옮겨담지 않으면 안된다.
너무나도 급히 식어버릴 것 같다면 식기전에 옮겨 담아라.
창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완성이다.
태어나지 않은 생명에 악을 물을 수 없듯. 만들지 않은 작품에 평론을 내릴 수 없듯.
일단 완성하라. 그후에 가다듬어라.
*주.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방법론. 모든 다른분들이 따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림을 잘 그려도 만화가가 목표라면 데뷔하기 전까지는 패배자일 뿐입니다.
목표를 정한 이상. 다리가 부러져도 가야할 곳은 가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