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단어인 사실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건事件이 발현하면 그 순간 그것은 현실과 결합하여 사실이 된다. 사실은 시간상에서 사건이 일어난 그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事實은 또한 史實이다. 따라서 사실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시간상에서 과거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사실의 가치는 사실이라는 것 이상의 가치가 없다.
단면적인 것은 받아들이기 쉽고, 쉽게 변색되지 않지만 그것이 위험하거나 하지는 않다.
이미 일어난 것이고 그것은 그냥 그랬을 뿐이기 때문이다. 먼 과거에 초식공룡이 육식공룡에게 잡아먹혔다고 지금 뭐가 바뀌진 않는다.

그렇다면 진실은 어떨까?
"사실은 어떤 일이 일어난 그 자체야. 단 하나지. 하지만 사람마다 진실은 달라."(동경바빌론/스메라기 호타루)
동경바빌론의 호타루는 이렇게 말했지만 정확하게는 다르다. 단순히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진실이 갈리는 것이 아니다. 단, 진실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은 맞다.

사실이 사건이 시간상에서 가지는 단면일 뿐이기 때문에 그것은 단수로 존재한다.  그러나 인과를 모두 거슬러 올라가보자.
살인자가 살인을 했다.(정확히는 살인을 해서 살인자가 되지만)
그가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수한 환경적 심리적 요인등이 있을 것이다. 유전적 요인도 포함된다. 그리고 그 모든 요인에는 또 그 요인들의 요인이 있다. 가정에서 핍박받고 학교에서 왕따 당햇다면 자식을 핍박하는 부모가 된 이유들이 있을 것이고, 왕따를 하는 아이들이 그리 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사실과 진실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대한 것이라는 것은 같지만 정보량에서는 그 수준이 달라진다.
영향을 주는 관련 있는 정보끼리의 연결은 실로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 수집할 수 있는 정보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도, 이해할 수 있는 정보도 한정되어 있고, 이는 모든 이마다 그 격차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당신은 자신의 정면 얼굴을 기억하지만 당신 옆의 사람은 당신의 옆얼굴로 당신을 기억하듯이.
따라서 진실은 단수-단면일 수 없게 된다. 더더군다나 그 방대한 정보에는 받아들이려는 사람을 다치게 하는 정보도 있게 마련이다.

엄마 어디 갔냐고 묻는 아이에게 "네 어미는 널 임신하고는 낙태하려다가 실패하고 너 낳고서 실의에 빠져 살다가 새 기둥서방 만나서 도망갔다"라고 말해 줄 수야 없는 노릇이 아닌가.
원래 순수한 진실은 사람을 상처입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편집되고 첨삭된 진실을 진실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도 있다.

아마도 우리는 그저 우리 입맛에 맞는 것을 진실이라 부르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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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피의 잉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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